산행소감 (2024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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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9일 기상예보는 오전 8-12시 사이에 비내리는 것으로 알렸다. 단오절이 눈앞에
띄우고 비까지 내린다는 날씨에 구지 산행해야 할 리유는 무엇인가?

산행은 도로나의 신념이고 문화이 거늘 특별한 사유 없이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였다. 비 내리는 날씨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였지만 종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오늘도 괜찮을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고 그냥 산행길에 올랐다. 비탈길을 오르는 내내 구름에 덮힌 날씨는 선들선들한 바람을 몰아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 주는가 하면 때때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해빛까지 모셔와 산행하는 기분이 완전 짱이였다.

정오가 좀 지나 우리는 오도저수지901고지 정상에 올랐다. 점심 밥보를 펴고 각자의 도시락을 풀어헤쳤다. 초목이 무성한 숲속에 진수성찬 큰 잔치상이 펼쳐졌다. 반 나절 참고참던 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검은 구름속에서 광기부리며 마구 쏟아져 내렸다. 급작스레 내리는 비라 잠간사이면 끊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하늘도 전렬선염이 발작한 모양인지 한 번 내리 붓기 시작하니 끊을 줄 모르고 줄창 퍼 붓는다.

사람들은 흔히 “금강산 구경도 식후 구경이다”라는 말로 먹는 것을 중요시 하지만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는 식사고 뭐고 부랴부랴 비옷을 챙겼다. 비옷을 쓰고 접히기 쪽걸상에 앉으니 완연히 비닐하우스 같았다. 하우스 한쪽에는 배낭이요 다른 한쪽에는 밥과 료리 그릇이다. 마치 어미 닭이
나래밑에 병아리 품은 듯한 광경이다. 삿대같은 비줄기는 계속 하우스를 사정없이 때린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비줄기가 하우스 안에 쏟아진다. 옴짝달싹 못하고 앉은 채 눈이 까매서 비끊기만 기다린다. 비는 내릴만큼  실컸  내리고 인젠 더 내릴것이 없는지 뚜벅뚜벅 끊었다. 땅이 흥건히 젖은데다 몸도 축축한 지라 다시 밥 먹을 기분이 아니였다. 다만 솜씨 잽싼  친구만이 비닐하우스 속에서도 게 눈감추 듯이 어느새 도시락을 다 축내니 배낭은 비워지고 몸에는 에너지가 충만되였다.

점심을 굶은 채 하산이 시작되였다. 길이 엄청 미끄러운데  웅툴뭉툴 높고낮은 돌, 각이나고 경사진돌, 꿈틀꿈틀 움직이는 돌, 이끼에 줄줄 미끄는 돌들이 매복습격 하듯이 풀숲 여기저기에 쫙 깔렸다. 돌을 피해서는 딛일 곳이 없어 겨우 땅에 엎드린 나무를 골라 밟았더니 돌 보다 더 미끄러웠다. 어쩌는 수 없이 조심조심 미끄는 돌우에서 서투른 잡기하듯 이리비칠 저리비칠 휘청거리는 몸을 힘겹게 가누며 한 발 한 발 산을 내렸다.

시발점까지 얼마남지 않은 거리까지 당도하였건만 또 깊은 골짜기가 앞을 막았다. 질적거리는 물탕을 건너니 또 진흙탕 길이 마중한다. 앞으로 한 발 내 딛이면 뒤로 두 발 미끄러진다. 스틱으로 지탱하고 밀고 나무가지 까지 붙들면서 간신히 골짜기를 빠져 나왔다.

위험천만한 하산길에 누가 상하지나 않나 내내 마음 조렸는데 락오자도 없고 상한 사람도 없이 모두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힘들고 위험한 때도 서로 잊지를 않고 야호 소리로 관심과 배려를 주고 사기와 용기를 북돋아 주고 서로서로가 의지되고 힘이되어 주었다.

비록 모두가 기진맥진 했지만 서로를 쳐다보며 대견스럽게 웃었다. 천신만고 끝에 설산초지 같은 역경을 이겨낸 산악인들의 웃음, 그 웃음은 그렇게 아름답고 자랑스러웠다. 해님도 구름 헤치고 흥분에 빨개진 얼굴 내 밀고 찬란하게 웃었다.

사전에 비 올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없은 건 아니였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사전 준비가 몹씨 허접했음을 절실히 느꼈다. 위험이 따르는 날씨에는 나물같은 기타 일에 정력을 분산하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선정했던 코스로 과단하게 재빨리 하산해야 한다. 자칫하면 작은것을 얻으려다 큰 사달 칠 수 있다는 점을 명기해야 한다. 이상기우 날씨에는 대오가 분산되지 말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조금만 소홀하면 어느 누가 고립무원에 처 할수 있다는 점을 명기해야 한다. 단체는 매개 성원을 위하고 매개 성원은 집단을 위하는 이념을 확고히 해야한다. 사람마다 자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집단을 위하는 것이고, 매개 성원을 살피고 관심하는 것은 집단의 근본 출발점이고 목적이다. 사람마다 집단의 성원이고 주인이고 책임자다.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것이요 나를 보호하는 것이 곧 남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명기하자! “안산즐산”의 전제는 안전산행이다. 안전산행의 핵심은 인신안전과 방화안전이다!

  1.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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