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리춘화 시 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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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봄도 늦은 봄날에

바다의 해를 껴안고

붉은 네 영혼은

조용히 불 밝히고 있다

바다가 돌고 돌다

이픔의 언덕에로

붉은 피 토해내며

늦었지만 네가 왔다

마지막 봄을 피우려

왔노라고 외치는 너

어둠을 털어내고 있다

체념

애지중지 도자기

깨질때도 있다

마사지면 버려야지

가슴에 남는 아쉬움 하나

가슴이 저리고 심장이 아프지만

버릴것은 조용히 버려야지

차가운 등짝에

회오리 바람 지나듯

바람속에 세월을 새겨야지

사라지는 세월을 잊어야지

탈선

레일 따라 무탈하던 행선이

환승역에서 발목 삐끗했다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좌충우돌 자유자재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저마다 갈 곳이 있다

질주하던 바람이

소용돌이에 갇히면

떨어지던 빛이

바다에 잠기면

끊어졌던 회로에

전류가 통할 수 있듯이

탈선이 합선으로

안도할 때가 오겠지

자아

거울 속에 내가 없고

달 속에도 내가 없다

바다 속에 내가 없고

세파 속에 내가 없다

정상의 산봉우리에도 내가 없고

화려한 무대 위에도 내가 없다

내 영혼만 훨훨 난다

저녁노을에 조용히 내가 뜨고 있다

저녁태풍

노을이 잠들고

땅거미 깨어날 때

바다에서 출발해

바람 타고 산을 넘고

쓸쓸한 들을 지나

잠드는 도시에 내린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내린다

홀로 거리를 걷는

여자의 얼굴에 내린다

도시의 처마 밑에도

명랑한 편의점에도 내린다

희미한 가로등이 졸고 있는

길모퉁이에서 잠깐 멈추다가

고독을 안고 아침 향해 달려간다

호박

시골에서 보내주신

호박 한 자루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하나 골라 두 쪽으로 자르니

자궁집이 열리는 듯

무수한 햇살이 튀여 나온다

여름내 담아 두었던

따뜻한 마음이

집안 가득 넘쳐 흐른다

어머니도 나도 호박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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