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모춤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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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춤은 채상모彩象毛를 돌리면서 춤을 추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채상소고춤, 채상모놀이, 채상벅구 놀이라고도 한다. 채상소고춤은 농악의 군악적 특성과 직업적인 예인들의 예술적 기량이 반영되어 창출된 기예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다.
군사 용품인 전립을 머리 위에 쓰고 채상을 돌리며 다양한 형태의 소고 동작을 펼쳐 보인다. 따라서 전통무예나 고난도의 곡예와 같은 빠른 몸놀림을 통하여 상무적 기풍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무예를 중시, 숭상하는 농군農軍들의 공통적인 기질 또는 경향을 말하는 것으로 농악의 군악 관련설에 근거하고 있다. 조선시대 농민들은 병농일치兵農一致의 징병제도 아래서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동원되어 군사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보면 농군악 및 채상소고춤은 방위 구역의 지리적 여건과 군사적 환경에서 창출된 놀이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특히 해안 지역이나 전쟁이 잦았던 격전지 근처에서 외세의 침입에 대비한 군사 훈련의 과정으로 수행했던 다양한 동작들이 농군의 생활 놀이로 전환되면서 상무놀이 형태로 전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채상소고춤에는 태극의 형용으로 노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전통적인 민간신앙의 속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주역周易에는 천지만물과 우주현상의 근원을 오행의 원리에 입각하여 풀이하고, 오행의 근원이 음양이며 또 음양의 근원이 태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태극은 한국의 토속적 민간신앙과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음양의 조화, 만물 생성의 근원을 의미하게 되었다. 채상소고춤을 비롯한 농악놀이를 할 때면 몸놀림의 기교나 진풀이 대형에서 태극 형상이 많이 표현되며,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민간신앙에 녹아 있는 음양오행의 속성이 상모춤에서도 갖가지 놀이로 발현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농악의 후대적 양상으로써 채상소고춤은 주로 직업적인 걸립패 농악단들에 의해 갖가지 모습의 예술적인 형용이나 춤사위로 개발되면서 발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채상소고춤은 주로 채상모 끝에 달린 희고 긴 띠를 돌리면서 춤을 추기 때문에 상모춤이라고도 한다. 호남좌도농악, 경기・충청도 농악, 경상도 농악에서 볼 수있는데, 세 지역은 놀이의 형태나 내용이 약간 다르다. 그러나 현재는 서로 교류와 왕래를 하면서 견주다보니 거의 비슷한 형태의 춤사위를 구사한다. 채상소고춤은 외사·양사·꼭지사와 같은 기본 동작과 나비상·차고 앉는상·지게북·물푸기·솟을벅구·자반뛰기·뒤집기 등의 지역적 특성을 지닌 동작들이 있다. 채상소고춤은 주로 상모 웃놀음으로 표현되는데, 허공을 휘저으며 돌아가는 채상의 멋과 화려함이 사람들의 관심과 흥을 크게 이끌어 낸다. 이때 긴 천이나 가느다란 종이 생피지가 돌아가는 모양새로 인하여 놀이판은 시각적으로 풍성해지고 강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상모꾼이 손에 쥐고 노는 작은 북을 벅구(버꾸) 또는 소고小鼓라 한다. 소고의 손잡이 꼴은 일자형의 쭉뻗은 모양새지만 예전에는 나무막대에 삼각형 모형의 끈을 엮거나, 고리를 만들어 손목에 걸어서 치기도 하였다. 채상소고춤에서 갖고 노는 소고는 작고 가볍기 때문에 춤을 추기에 적당하며 놀기에도 자유롭다.


상모꾼은 손에 움켜쥐기 편하고 연주하기 쉬운 소고를 자유롭게 놀리며 자신의 의지대로 갖가지 동작을 취한다. 상모꾼들이 추는 상모춤은 농악판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고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신명을 조성하여 놀이의 진행에 가속도를 붙인다. 이러한 까닭으로 상모춤의 화려한 채상 웃놀음은 농악 놀이의 꽃으로 표상된다. 채상소고춤의 연행방식은 채상놀림, 소고놀림, 몸놀림 등 세 가지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다.
1. 채상놀림
1) 외사: 오른쪽이나 왼쪽의 한 방향으로 채상모를 돌리는 사위를 가리키는 말로 다드래기, 덧뵈기 등 모든 장단에 두루 쓰이는 놀림 형태이다. 이 형태는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2) 양사(양상모): 한 장단에 한 바퀴 반씩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교대로 보며 채상 선을 돌리는 방식이다. 양사는 일반적인 평걸음에서도 하지만 대체로 까치걸음으로 뛰면서 행한다. 이 형태는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3) 꼭지사: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채상모를 한 바퀴씩 돌린 후 고개를 위쪽으로 꺾어 채상 끝을 꼭지로 향해 잡는 방법이다. 이 형태 역시 전국적으로 행하는 방식이다.
4) 찍음상(앞뒤로 젖히는 사위): 채상의 선 끝을 꼭지로 향하여 세운 채 앞뒤로 젖히며 노는 방식이다. 이것도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동작인데, 평택농악에서는 ‘찍음상’, 강릉농악에서는 ‘꼭두상모’, 부산농악에서는 ‘꽂이상모’, 진주삼천포농악에서는 ‘꼭지치기’라고 부른다.
5) 사사: 채상의 선이 오른쪽과 왼쪽 방향에서 두 번씩 빠르게 감아 돌리는 방식이다. 한 박자 안에 두 방향을 번갈아 놀기 때문에 빠른 형태의 채상놀음이다. 양사는 오른쪽과 왼쪽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채상을 돌리는 것이라면 사사는 좌·우로 두 번씩 채상을 번갈아 돌리는 동작으로써 속도감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6) 일사: 좌·우로 빠르게 고개를 회전시켜 채상모를 한 바퀴씩 돌린다. 경상도에서는 이것을 번개상이라고도 한다.
7) 앉아서 일사치기: 앉은 채로 채상모를 좌·우로 빠르게 한 바퀴씩 돌린다. 이러한 동작도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1. 소고놀림
    1) 사모잽이: 소고의 앞뒷면을 번갈아 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소고치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2) 사채(역진굿놀이): 소고를 한 번 치고 얼굴 앞에서 세워 돌며 제자리에서 어깨춤을 추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전라북도 지역의 좌도농악에서 볼 수 있다.
    3) 지게북: 오른발 왼발 순으로 소고를 발로 치면서 회전하는 동작이다. 전북 우도농악과 영남농악에서 보인다.
    4) 소고차고돌기(차고앉는상): 채상모놀이를 하면서 소고를 오른발로 차고 한 바퀴 돌아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영남농악에서 볼 수가 있다.
    5) 소고를 사선으로 올리기: 가볍게 앞으로 뛰면서 상체를 오른쪽 왼쪽으로 틀어 양손으로 소고를 잡고 왼쪽 밑에서 오른쪽 머리 위로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한다. 이러한 동작은 경기, 영동, 영남 지방의 농악에서 볼 수 가 있다.
    6) 소고 잡고 발 옆으로 올리기: 소고채를 소고에 대고 좌우사선으로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하면서 오른발, 왼발을 교대로 벌려 올리는데, 이러한 동작을 반복하며 논다. 이 춤은 영산농악을 비롯한 경상북도 일대와 강원도에서 볼 수가 있다.
  2. 몸놀림
    1) 연풍대(두루걸이): 연풍대는 상모꾼들이 뒤집기(자반뒤집기)나 앉을사위를 하기 전에 제자리를 한 번씩 거푸 돌며 전진하는 동작으로서, 왼발과 오른발을 교차하며 계속 왼쪽으로 몸을 돌려 돈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처럼 악사들이 큰 원을 돌며 진행하는 동시에 그 방향에 맞춰 자기 자신이 작은 원으로 계속 돌면서 나아가는 방식이다. 진주삼천포농악에서는 전체 대형의 진행 방향과 같이 가는 경우와 반대로 돌아가면서 연풍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뒤의 경우를 외돌이 또는 도드리라 지칭한다. 연풍대는 상모를 돌리며 원주상을 회전하는 동작으로써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2) 뒤집기(뒤짐벅구): 연풍대의 한 방식인 두루걸이를 해서 일순간 몸을 뒤집는 경상도 특유의 벅구 동작이다. 뒤집기는 양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비벼 돌면서 땅바닥에 반쯤 누워 구르듯이 돌아치는 기술이다. 뒤집기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서 배와 등짝이 한 바퀴 완전히 뒤집어 질 수 있도록 도는 것이며, 속도가 빠르고 균형감을 잃지 않으면서 거푸 회전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동작을 경상도에서는 바닥을 뒹굴며 돈다고 하여 ‘뒤집는벅구’라 하기도 한다. 제자리에서 돌다가 점차 속도가 빨라지면서 땅바닥에 누운 듯이 뒤집어 돌아가는 동작은 상모춤 동작 가운데 가장 고난도의 기예이다.
    3) 앉을사위(짚는벅구): 상모꾼이 쇠가락을 따라서 한 순간 몸을 낮춰 왼쪽으로 돌아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 오른쪽으로 돌아앉는 몸놀림이다. 앉을사위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좌우로 한 번씩 돌아앉았다가 일어서는 방식과 상모꾼이 몸을 한참 뒤집고 넘어가다가 꺾고 맺는 장단에 맞춰 바닥으로 엎어 짚는 기예 등 두 가지가 있다. 이것을 앉은사위벅구라고도 부른다. 상모로 꼭지상을 한 번 친 뒤에 왼쪽으로 쪼그려 앉아 땅을 짚고 다시 반대로 돌아앉아 짚는 몸놀림은 격렬하고 빠르게 몸을 돌려 움직이면서 채상으로 몸을 휘감게 됨으로써 무예적 특성이 드러나는 몸짓이다. 이때 몸짓과 채상을 이용하여 좌우 태극 모양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덧배기춤의 배김사위와 푸는 동작에 해당된다.
    4) 솟을벅구: 상모꾼이 바닥에 앉았다가 솟아오르면서 행하는 동작이다. 땅에 몸을 내려 박고 난 뒤 다시 일어날 때 위로 몸을 솟구쳐 뛰어 오르는 방식이다.
    5) 낙엽상(낙엽사위): 소고를 발로 차고 나서 앞으로 빠르게 연풍대로 전진하며 돌다가 순간 나아가는 것을 멈추고 몸을 느리게 한 번 완전히 뒤집어 돌리는 동작이다. 제자리에서 동작을 느리게 취함으로써 하늘을 향해 뒤집힌 몸이 잠시 멈췄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낙엽이 바람을 타고 느리게 나풀거리면서 뒤집어 떨어지는 모양을 형용한 것이라 하여 낙엽사위라고도 한다.
    6) 나비상: 나비 모양으로 춤을 추면서 도는 동작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한다. 진주삼천포농악에서는 등맞이굿을 할 때 행하는 동작으로 상모꾼들이 왼손에 노란색, 오른손에 초록색 삼색띠를 하나씩 잡고 양팔을 벌렸다 오므리며 소고를 치고 나비 모양의 춤을 춘다.
    7) 차고도는상: 채상모를 돌리면서 오른발을 올려 소고를 차고 나서 연풍대로 이어지는 동작이다. 호남과 영남농악에서 보인다.
    8) 자반뛰기(삼단뛰기): 앞으로 나아가면서 오른발과 왼발을 공중으로 띄워 올려 원주상을 회전해 가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주로 호남과 충남, 경기도 농악에서도 볼 수 있다.
    9) 옆걸음치기: 외상모를 돌리면서 원 중심을 보고 옆 걸음으로 뛰거나 앉아서 옆걸음을 치는 동작이다. 이러한 동작은 전국의 전 지역에서 하는 춤사위이다.
    10) 까치걸음: 양사를 하면서 좌·우 양 방향을 번갈아가며 한 장단 안에서 두 동작의 발디딤을 하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전 지역에서 하는 춤사위이다.

특징 및 의의

집단적인 상모춤은 농악판을 화려하게 만들며 전체의 생기를 북돋우고 신명을 끌어내는 구실을 한다. 상모춤은 가락의 흐름과 같이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긋나게 표현되기도 한다. 장단에 맞춰서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빠르게 돌아치기도 하지만 한 박 어긋맞게 하여 멈추거나 뒷걸음질로 되돌아가면서 악곡의 연주 속도를 배반하기도 한다. 이는 대열의 속도감을 늘이고 줄이는 효과를 낸다. 상모꾼들은 나비처럼 너울거리며 판을 휘젓기도 하며 역동적인 동작으로 놀이판에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화시켜 낸다. 상모춤의 채상놀림은 대체로 발끝으로부터 시작된다. 땅을 밟고 옮기는 발 디딤새의 기교가 곧 채상소고춤의 신명과 예술성을 드높이는 구실을 한다. 소고놀림은 채상과 조화를 이루어 내며 몸놀림에 따라 소고의 위치에 변화를 가짐으로써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상모춤의 잔사위놀음은 가락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발 디딤새와 오금질, 뜀뛰기 동작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몸놀림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한다. 느슨한 가락은 발끝에서 시작하고 자진가락은 손끝에서 시작되어 전체의 흐름이 한데 뭉쳐 채상 위에까지 전달된다. 상모춤은 획일적인 것과 다양하고 자유로운 두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여럿이 집단적으로 출 때는 역동적인 단결성과 일사분란하고 획일적인 군악적 통일성이 드러난다. 개인적인 춤사위를 구사할 때는 자유롭고 다양한 춤사위를 통해 여흥적이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상모춤은 지역적 특징과 춤추는 사람의 기량에 따라 다양한 미의식이 드러나고 자유로운 춤사위가 구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