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조선족문학에서의 정체성문제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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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14억을 웃도는 이 어마어마한 중국에서 쌀에 뉘만큼 보다도 더 적은 비례밖에 안 되는 조선족이 150년이라는 오 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래도 자기의 말과 글을 핵심으로 하는 민족문화 의 독특성을 지키고 나름대로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오늘날까지 살아 온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장구한 역사의 흐름을 되돌아본다면 일단 중국이란 이 거대한 용광로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 민족이 작던 크던, 강하던 약하던 거의 다 녹아버려 중국과 혼연일체 로 되었다. 즉 중국은 끊임없이 주변의 민족과 문화를 녹여서 자기의 것 으로 만들어왔다. 그러기에 중국 주변이나 중국 내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 족과 국가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대다수의 경우에는 소수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화와 진척과 더 불어 다문화시대에서 들어서고 있는 오늘날 21세기에 있어서 중국조선족 이 언제까지 자기의 독특한 민족문화와 민족정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 을지는 그 누구도 명징한 확답을 줄 수 없다.
우리 중국조선족의 조상들은 쪽박을 차고 두만강을 건너온 이민들로서 시인 석화의 말처럼 “천성이 나그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리즘이 날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다문화시대를 맞아서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중국 조선족의 이민문화의 속성은 보다 뚜렷하게 부각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 다.
지난 세기 말로부터 글로벌리즘시대를 맞아서 우리 중국조선족은 또 다 시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 세계의 방방곡곡에 뜬 구름처럼 흘러 다닌 다. 이러한 국내진출과 세계진출의 과정 중에서 중국조선족은 많은 기회 를 만났고 또한 적잖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이러한 과분한 유동성은 적 잖은 중국조선족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혼란시키고 민족집거구 와 민족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전반 중국에서의 중 국조선족공동체의 앞날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워주고 있다. 중국조선족의 미래에 대한 우환의식을 연변의 중견시인 석화 씨는 근작시 「연변 ‧ 4-연 변은 간다」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연변이 연길에 있다는 사람도 있고
구로공단이나 수원 쪽에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연변은 원래 쪽바가지에 담겨 황소등짝에 실려 왔는데
문화혁명 때 주아바이랑 한번 덜컥 했다
후에 서시장바닥에서 달래랑 풋배추처럼
파릇파릇 다시 살아났다가
장춘역전 앞 골목에서 무짠지랑 함께 약간 소문이 났다

다음에는 북경이고 상해고 냉면발처럼 쫙쫙 뻗어나갔는데
전국적으로 대도시에 없는 곳이 없는게 연변이었다
요즘은 배타고 비행기 타고 한국 가서
식당이나 공사판에서 기별이 조금 들리지만 그야 소규모이고
동쪽으로 도꾜, 북쪽으로 하바롭스크 그리고 싸이판, 샌프랜시스코에 빠리런던까지
이 지구상 어느 구석엔들 연변이 없을 소냐

그런데 근래 아폴로인지 신주(神舟)인지
뜬다는 소문에 가짜여권이든 위장결혼이든 가릴 것 없이
보따리 싸안고 떠날 준비만 단단히 하고 있으니
이젠 달나라 별나라에 가서 찾을 수밖에
연변이 연길인지 연길이 연변인지 헛갈리지만
연길공항 가는 택시요금이 10원에서 15원으로 올랐다는 말만은 확실하다
《연변 ‧ 4-연변은 간다》

전문 오늘날 중국조선족은 집시처럼, 부평초처럼 다문화시대에 진입한 이 세 상을 떠돌고 있다. 이것이 어떤 특정 개인에게는 어쩌면 행이 될 수도 있 겠지만 공동체로서의 중국조선족에게는 불행이다. 중국 조선족공동체는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연변”은 앞으로도 그냥 뜬 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할 수는 없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상하게도 연변사람, 안쪽 사람하면서 중국 조선 족 사이에서도 마치도 호남, 영남 쪽을 가르듯이 지역감정을 나누는 사람 들이 있고, 그 때문에 연변은 연변출신의 조선족들에게만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타지역 조선족들한테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조선족사회 에서 가장 큰 집거구역인 연변은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조선족의 운명이 달려있는 고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연변이 없어지면 중국조선족 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연변”은 앞으로도 그냥 “국제미아(國際迷兒)”로 살아갈 수는 없다. 특히 두만강 지역이 경제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글로벌시대에 각광을 받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중국조선족은 이미 150년 동안이나 지 켜온 연변을 중심으로 하는 자기의 집거구역과 자기의 개성이 있는 독특 한 민족문화를 잃어서는 절대 안 되며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자 기의 민족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문학은 비록 구세제민(救世濟民)의 탁월한 기능은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 중국조선족문학인들은 중국조선족이 바람직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확립하여 앞으로도 중국에서 조선족공동체가 건재할 수 있도록 자기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론문전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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